[기획-대전 정동길의 '현재와 미래' 2] 무궁화 프로젝트 주도한 대전공공미술연구원 황혜진 대표 인터뷰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일환으로 대전역 정동길에서 진행됐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프로젝트가 2년을 채우며, 올해로 사업을 종료하게 된다. 지난 2년 동안 많은 청년 작가들의 노력으로 매춘과 폭력이 난무했던 정동길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음지에 움츠려있던 소외계층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세상과 어우러져 살고 있다. <충청헤럴드>가 무궁화 프로젝트의 성과를 점검하고, 사업 종료를 맞는 시점에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마련해 보았다. [편집자주]

무궁화 프로젝트 진행의 거점이 됐던 동구 원동에 자리한 무궁화 갤러리. 철공소를 개조해 만든 이곳에는 사업 용역을 진행한 대전공공미술연구원이 입주해 있다.
무궁화 프로젝트의 거점이 됐던 동구 원동에 자리한 무궁화 갤러리. 철공소를 개조해 만든 이곳에는 사업 용역을 진행한 대전공공미술연구원이 입주해 있다.

[충청헤럴드 대전=이경민 기자] 한 때 서울의 청량리, 부산의 범전동 같은 유명 집창촌이 ‘도시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거대 아파트 타운으로 개발되면서 역사 속에 자취를 감췄다.

낡은 건물들은 사라졌지만 그곳에서 살았던 성매매 여성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대부분은 다른 지역 집창촌이나 슬럼가로 들어가 다시 성매매로 생계를 꾸렸다. 화려한 잔치 속에서 정작 거주민은 쫓겨나는 개발 사업의 한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대전 정동길 역시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프로젝트를 통해 정동길에 입주한 청년 작가와 주민의 협업으로 수익구조를 만들면서 성매매 횟수는 줄었지만, 완벽한 성매매 탈업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확실히 매듭짓지 않는다면, 도시 경관 변화와 범죄율 감소 등 주민 참여 공공예술로 불어넣은 동네의 활력은 얼마 안 돼 사라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달 종료 시점을 맞는 무궁화프로젝트가 연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이에 대해 무궁화 프로젝트를 진행한 대전공공미술연구원 황혜진 대표는 “성매매 여성의 탈업은 사람의 인식을 바꿔야 하는 작업으로 1~2년 이라는 짧은 시간에 이뤄질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지난 2년 동안의 노력으로 주민과 작가들의 소통이 가능해졌지만, 탈업을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사업 종료 후 성매매 여성에 대한 관심이 끊긴다면, 앞서 언급한 도시개발의 부작용이 정동길 재생사업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될 수 있다는 것. 사업 연장 필요성을 주장하는 황 대표의 이야기를 <충청헤럴드>가 담아보았다. 

무궁화 프로젝트 종료 시점에서 사업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대전공공미술연구원의 황혜진 대표
무궁화 프로젝트 종료 시점에서 사업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대전공공미술연구원의 황혜진 대표.

[다음은 황혜진 대표와 1문 1답]

-무궁화 프로젝트가 12월이면 종료된다. 주민들의 눈에 띄는 변화는?

“입주 작가들이 주관하는 마을 행사 때마다 훼방을 놓던 주민이 거의 사라졌다. 경계하던 주민들도 호의적으로 바뀌어 프리마켓이나 야시장에 물건을 팔러 나오기도 하고 마을 파티에 나와 함께 식사를 하기도 한다.”

- 물건을 직접 만들어 팔다 보면 새로운 생계 수단에 대한 관심도 있을 것 같다. 어떤가?

“주민들이 공방에서 만든 작품을 생계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본인이 직접 무언가를 만들었다는 것에서 오는 성취감에서 큰 행복을 느낄 뿐이다. 어르신이 직접 뜨개질을 해 주머니를 만들면 이것을 간혹 놀러오는 손주에게 선물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끼고 이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해 간다.”
 
- 프리마켓이나 야시장 등을 통해 수익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성매매 여성들의 직업 전환의 가능성도 있지 않나?

“성매매 여성의 경우 부가 수입이 생기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성매해 횟수는 줄일 수 있어도 온전히 탈업을 하지 않는다. 사실 유통까지도 연결해줘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봤지만 결국엔 제자리다. 그렇게 사람의 인식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

- 지나친 배려와 이해심이 아닌가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곳에 거주하는 성매매 여성의 평균 연령대는 60대다. 그야말로 수십 년 동안 성매매로 생계를 이어온 노인들에게 정당한 노동으로 돈을 벌라는 것은 이들 입장에서는 생과 사를 논할 만큼 혼란스러운 일이다. 물론 ‘지나친 이해심’이라는 이견을 보일 수 있지만 무궁화 프로젝트가 효과를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평범하지 않은 주민들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 당장의 탈업이 어렵다면, 어떤 방법으로 도시재생을 완성할 생각인가?

“성매매 여성이 연로해 은퇴하면 당연히 성매매가 근절될 법한테 그러지 못했다. 바로 외부로부터 성매매 여성이 꾸준히 유입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입주작가와 주민의 소통이 지속되다 보면 정동길은 문화 예술 공간으로서의 면모를 한층 더 갖추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외부에서 찾아오는 성매매 여성 수도 감소하고 결국엔 현존하는 할머니 세대에서 성매매는 끝날 것이다. 우리 공공미술연구원은 이 할머니들의 탈업을 위해 좀 더 시간이 주어지기를 바란다. 탈업화는 어르신들의 굳어버린 인식을 바꾸는 일인 만큼 많은 훈련과 상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황 대표가 생각하는 정동길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성매매가 없어지면 결국 남는 건 건물이다. 현재 건물주들이 성매매 호객 행위를 주로 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향후 게스트하우스로 변경에 운영해 볼 것을 추천 중이다. 낡은 건물이다 보니 유지 보수에 대한 지원도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동네에서 작가들과 주민이 함께 조합을 만들어 수익구조를 만드는 노력을 하고 있는 만큼 향후 대책을 세워볼 예정이다”

- 동구청과의 게스트하우스 문제로 갈등을 겪은 바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어떤 부분에서 이견차가 있는가?

“동구청은 외부 투자자를 유치해 건물을 매입하도록 해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당장의 현실에서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현재 성매매 할머니들이 갈 곳을 잃기 때문이다. 구청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새로운 직업을 구해주면 된다고 하지만 정말 ‘개발’과 ‘재생’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앞서 말했지만 성매매 ‘탈업’은 하루 아침에 이뤄질 사안이 아니다. 도시재생은 사람을 다시 살리는 사업이다. 행정기관이 이를 이해하고 신중하게 접근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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