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대전시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현 교육감의 3선 연임 제한으로 무주공산(無主空山) 구도 속에 치러질 이번 선거에 중·고교 재직 경험이 전무한 후보 예상자까지 나서면서 '궤도에 오른 대전교육을 망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감 선거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 개념에 따라 대전시장이나 시·구의원 선거(공직선거법)처럼 정당 공천이 없는 '무공천제'(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로 치러진다.

따라서 교육감 선거에 나서는 후보는 정치인에 비해 인지도가 크게 낮아, 선거일 당일까지 선거공보를 제대로 보지 못하면 엉뚱한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할 수도 있다.

더구나 선거관리위원회의 교육감 선거 홍보 부족과 유권자 관심 결여로, 고학력 시민이라도 "그 교육감 후보는 어느 정당이냐?", "보수냐 진보냐?"라고 묻는 광경까지 나타난다.

투표용지에 후보자 이름만 있고 정당명과 기호가 없다 보니, 첫 번째 칸 후보는 '민주당', 두 번째는 '국민의힘', 세 번째는 '조국당'이냐고 묻는 사람들도 비일비재하다.

유권자 스스로 특정 후보자를 왜 지지해 투표했는지, 투표소를 나와서도 누구에게 기표했는지조차 모른다면 이는 '로또 같은 투표'로, 지금까지 쌓아온 대전교육의 신뢰를 추락시키는 행위가 아닐까.

교육감 선거 투표용지는 3명(A·B·C)의 후보자가 나섰다면 사전 추첨으로 게재 순위(기본순위)를 결정한 후, 기초의원 지역 선거구별로 출마 후보자를 순환 배열 방식으로 인쇄한다.

예를 들어, 대전 유성구 기초자치단체 선거구가 3곳이라면 한 선거구는 후보자 배열이 동일하고, 기본순위(B-A-C)의 가장 앞선 후보자(B)를 마지막 순위로 옮겨 순환 배열해 후보자 순서의 균형을 맞춘다.

즉, 바로 옆 동네라도 선거구가 다르면 교육감 투표용지의 후보자 배열 순서도 선거구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내년 6월 3일 대전시장과 구청장, 시의원·구의원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대전교육감 선거는 소위 '깜깜이 선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선 연임의 관록을 가진 설동호 현 교육감의 출마 제한으로 '현직 프리미엄'이 사라진 상황에서, 속칭 '어중이떠중이' 후보 예상자들이 넘쳐나는 것을 두고 "저런 사람도 나오는데 나도 한 번 나가볼까?"라는 시민들의 농담(?)은 씁쓸함을 남긴다.

2014년 첫 당선 이후 보수 성향을 대표하며 대전 교육 행정을 이끌어 온 설동호 교육감이 출마할 수 없게 되면서, 대전교육감 선거 지형이 급변하며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언론기관 3곳의 여론조사에서도 후보자 간 지지율은 오차범위 속이며, 부동층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 공천 정치인 선거에 비해 월등히 높은 부동층이라는 점은 결국 "누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대전시민들은 지금까지 '제11대 대전교육감'에 이를 때까지 단 한 번도 소위 '진보 진영' 후보를 대전교육의 수장으로 선택한 적이 없다.

이는 대전 지역 6개 국회의원 선거구에서 100% 진보 성향 후보를 선택한 결과와 크게 대비된다.

현재 자천타천으로 10명 가까운 교육감 후보가 난립하며 혼돈을 주고 있다.

대전교육의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대전교육 현황을 꿰뚫고 있는 초·중등교육 현장 경험 후보를 골라내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10명의 자천타천 후보 중 초·중등교육 현장 경험자는 단 3명뿐이며, 장학사 등 교육전문직 행정 경험자는 2명에 불과해 충격적인 수준이다.

나머지 후보들은 초·중·고 '교단 현장'이나 장학사·장학관 등 '교육행정 경험'이 전무한 대학교수 출신들이다.

예를 들어, 대전 지역 대학은 '교육부'가 관할하고,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는 '교육청'이 담당한다.

따라서 대학교수 경력만으로는 대전 초·중등교육 현장의 실제 일머리를 알기 어렵다.

설동호 교육감도 초·중·고 교사를 거쳐 대학교수, 미국 신시내티 교환교수, 대학 총장을 역임하며 초·중등 교육부터 대학까지 두루 경험해 대전교육을 전국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오석진 전 대전교육청 교육국장

최근까지 대전 교육 현장 행정을 총괄했던 중도 성향의 오석진 전 대전교육청 교육국장(현 행복교육이음공동체 대표)은 회덕중, 송촌고 등 현장을 지킨 교육학 박사다.

대전과학고, 충남기계공고 등 특목고·특성화고, 장학사·장학관, 대학 겸임교수, 브라질 상파울루 한국교육원장, 대전시교육청 교육국장 등을 거쳐 40년 가까운 교단을 마무리하고 교육단체를 이끌고 있다.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진보 성향의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은 전교조 대전지부장과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를 지냈으며, 지난 두 차례 선거에서 진보 단일후보로 출마해 모두 고배를 들었다.

이번이 3수 도전이다.

성 소장은 대전중, 대전북고 등에서 근무하며 지역 교육격차 해소 운동 등 다양한 사회활동에 참여해 왔다.

정상신 대전미래교육연구회장
정상신 대전미래교육연구회장

중등교육 경력을 가진 또 한 명의 출마 예상자인 정상신 대전미래교육연구회장은 지난 선거에서 4명의 후보 중 3위를 기록했고, 이번이 재수 도전이다.

갑천중, 유성중 교장과 교육청 장학사 등을 거쳐 현재도 유튜브를 통해 교육 현안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후보 예상자 대부분은 대학교수, 기초단체장, 연구원장, 민간단체장 출신으로 중등교육 현장 경험이 전무한 점이 큰 약점이다.

이처럼 다수 후보가 난립한 상황에서, 다양한 현장교육·교육행정 경험을 토대로 안정적 리더십을 발휘해 차기 대전교육을 이끌 인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현장과 행정을 두루 경험한 인사를 눈여겨보며 '현장 친화형 행정'과 '실현 가능한 정책'으로 이끌 수 있는 후보를 대전시민들이 관심 있게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제12대 대전시교육감 선거.

정당과 기호가 없음에도, 자신이 어떤 정당을 선호한다는 이유만으로 교육감 후보의 면면을 보지도 않고 '무조건 첫 번째, 무조건 두 번째, 무조건 세 번째'를 찍고, 기표한 후보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우(愚)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끝낼 수 있지 않을까.

 

박붕준 작가 캐리커처
박붕준 작가 캐리커처

작가 박붕준은 경희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강릉 MBC, 대전 MBC TV&라디오 뉴스 앵커, 보도국장 역임 후 정년퇴임 했습니다.

퇴임 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광고홍보과, 교양교직과에서 11년간 석좌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다 2023년 2월말 퇴임 후 충청헤럴드와 뉴스대전톡, 문원미디어 및 개인 자서전 취재 작가와 함께, 대학신문과 기관 뉴스레터 제작 등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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