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유아보육 불평등-4] 충남지역 사립유치원 학부모 좌담회…원아 20만 원 지원 “환영”

충남은 물론 전국적으로 사립유치원이 받는 국가의 혜택은 국·공립유치원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결국 불평등의 부담은 고스란히 학부모에게 전해지고 있다. <충청헤럴드>가 충남 유치원들의 현실을 통해 불평등 해소방안을 고민하는 시간을 마련해 보았다. -편집자주

충남도와 도교육청이 내년부터 사립유치원 무상교육을 위한 원아 1인당 20만 원의 교육비 지원을 추진 중인 가운데, 소식을 접한 학부모들이 반색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충청헤럴드>는 천안과 계룡지역의 사립유치원 학부모들을 초청해 이와 관련한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학부모들은 사립유치원이 국공립에 비해 교육비 지원을 적게 받는 상황에 대해 “불평등하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무엇보다 내년부터 시행될 충남의 사립유치원 무상교육에 대한 기대감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사립유치원 ‘불평등’ 지원 뒤늦게 확인…“관심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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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충청헤럴드>는 천안과 계룡지역의 사립유치원 학부모들을 초청해 이와 관련한 좌담회를 개최했다. 

먼저 학부모들은 사립유치원이 국공립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왜 교육지원비가 적은 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김태진(34)씨는 “두 명의 아이를 한 유치원에 보내다 큰 애가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그동안 몰랐는데, 이번에 충남지역 공약을 알게 되면서 관심이 생겼다. 국공립이 사립에 비해 크게 낫다는 생각은 못하겠는데 왜 똑같은 세금을 내면서 같은 금액을 지원받지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이런 부분부터 해소해야 한다. 그러면 저출산도 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출산지원금도 꼭 셋째를 나야 나오는 것이 아니라 첫째부터 지원돼야 한다. 셋째를 나야 한다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립유치원이 국공립에 비해 교육비 지원이 부족해 비싸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김란섭(36)씨는 “정부가 국공립과 달리 사립유치원에는 월급과 운영비를 지원하지 않아 차이가 나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이런 부분을 모르는 학부모들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이어 “첫째 아이 유치원을 보낼 때 국공립을 포함해 이곳저곳 알아보았다. 그 때 프로그램, 운영진 등을 다 보게 됐는데 가격만 아니면 굳이 국공립을 줄서서 보내야 하나 생각했다”며 “만약 국공립을 붙었다면 고민을 해보긴 하겠지만, 오히려 사립에서 좋은 부분을 많이 느꼈기 때문에 크게 사립을 선택하는데 망설이진 않았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충남도, 전국최초 사립유치원무상교육 기대감 고조

사립유치원이 국공립에 비해 적게 지원받는 것에 대한 불평등을 지적하는 김태진 학부모.

계획대로라면 충남은 전국 최초로 사립유치원에서도 무상교육이 이뤄지게 된다. 이날 함께한 학부모들도 기대감이 높았다.

문보라(35)씨는 “지방선거에서 도지사와 교육감이 공약으로 제시한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될 수 있을까 생각했다”며 “더 빨리 됐으면 좋았을텐데 대전도 아닌 충남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실시된다고 하니까 더욱 좋다. 꼭 됐으면 좋겠다”고 바랬다.

문 씨는 또 “병설유치원의 경우 국공립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니었다. 방학 때 도시락도 싸서 다녀야 하고, 유치원아이들이 초등학생들과 같이 밥을 먹어야 했다”며 “교육비는 무상이지만 프로그램이 만족스럽지 않아 결국 사교육을 추가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오정미(34)씨 역시 “저는 5살과 7살 두 명을 동시에 보내고 있어 더욱 경제적인 체감이 크다. 공약을 들었을 때 감사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충남뿐 아니라 모든 지역이 다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계속해서 그는 “유치원 교육에 대해 솔직히 무지했다. 여태껏 그래왔으니까 무감각하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며 “이런 계기로 인해 알게 됐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모를 것 같다. 다른 학부모님들도 알아야 할 문제”라고 힘 줘 말했다.

사립유치원 무상교육 경험자 “전국에 확대돼야”

함현정 학부모는 "예전에는 무상교육을 반대했지만 실제 경험해본 뒤 찬성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내년 무상교육 도입에 앞서 충남 천안시의 한 사립유치원은 올해 3월부터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1년 먼저 무상교육을 접한 이곳의 학부모도 만나보았다.

첫 째와 7살 터울의 늦둥이를 보내고 있다는 함현정(45)씨는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 이전에도 다른 유치원에 비해 저렴했는데, 아예 무상이 되니까 그 돈으로 적금을 들 수도 있고 첫째 아이 학원도 보낼 수 있게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오히려 무상교육에 대해 반감을 가졌던 경험도 털어놓았다. 그는 “사실 처음엔 반대했다. 사립유치원에서 지원받는 세금을 아이한테 쓸 것이라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실제 의지를 갖고 무상교육을 하는 이곳 원장님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중·고등학교도 차별 논란이 있는데 유치원부터 받을 필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안현정(38)씨도 “고정적으로 나갔던 돈이 없어지니까 경제적인 부담이 훨씬 덜하다. 아이한테 다른 체험도 시켜줄 수 있고, 학습지를 시켜줄 수 도 있다”고 반색하며 “안 좋은 소문이 돌자 작년보다 더 많은 프로그램을 추가해 불식시켰다. 오히려 학부모들이 조금이라도 드린다고 했지만 받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안 씨는 “저희는 이미 무상교육을 받고 있고, 충남은 내년부터 이뤄진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널리 전국적으로 퍼져서 다른 지역도 혜택을 누렸으면 좋겠다”며 “예산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어쨌든 바뀌어야 한다. 사립유치원 무상교육이 실현되면 국공립 쏠림 현상이나 불평등한 상황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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