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감자라고도 한다. 가을에 노란 꽃송이가 가지 끝에 달린다. 양지바른 곳이면 토양을 가리지 않고 잘 자라서 뿌리로 번식한다.
돼지감자라고도 한다. 가을에 노란 꽃송이가 가지 끝에 달린다. 양지바른 곳이면 토양을 가리지 않고 잘 자라서 뿌리로 번식한다.

겨울 준비로 나무를 손질할 때가 되어 부쩍 자라난 산수유 가지를 쳐주니 그동안 산수유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던 노란 꽃송이가 눈에 들어온다.

"저거 뚱딴지 아니야?" 아내가 묻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맞아! 뚱딴지같아. 그런데 저기에 웬 뚱딴지?" 

속초에서 전원생활을 하는 후배가 있다.

은퇴 후 처음에는 우리처럼 주말에나 가서 밭을 돌봤는데 그곳에 정이 들어 요즘은 대부분 날을 속초에서 지낸다고 한다.

아무리 전원을 좋아한다고 해도 평생 도회지에서 살던 사람이 막상 시골에 가서 적응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터인데 가끔 전화하면 항상 바쁘다.

봄부터 가을까지 밭에서 일하는 것이 부족해서 커다란 온실을 두 개나 지어놓고 겨울에도 오이 키우고 귤 열리는 것 즐기는 농부가 되어버렸다.

바닷바람 쏘일 겸 찾아가서 취향이 맞는 후배와 텃밭 이야기를 나누며 회 안주에 소주 한두 잔 마시면 꿈 많던 대학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아 가끔 들린다.

후배의 밭에 지천으로 자라는 뚱딴지 꽃이 보기 좋아 몇 뿌리 얻어다가 언덕뜰에 심어놓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멧돼지가 울타리를 뚫고 들어와 뚱딴지를 파먹느라 언덕을 다 파헤치고 뒤뜰에도 내려와 엉망으로 해놓았다.

멧돼지가 뚱딴지를 좋아한다고 들은 적은 있지만, 그것을 실제로 경험한 후에는 뚱딴지를 다시 심기가 겁이 났다.

그런데 지난해 언덕의 흙을 파서 산수유 밑을 덮어주었는데 살아남아 있던 뚱딴지가 따라왔나 보다. 

어린 시절 집 안에 있는 연못 주변에 화초를 심으려고 땅을 파다가 감자처럼 생긴 달착지근한 뚱딴지가 우연히 나오면 횡재한 기분이었다.

해바라기 닮은 꽃이 수수해서 좋으니 살아남은 뚱딴지를 수호하기 위해 울타리를 튼튼하게 수리해야겠다.

뚱딴지에는 우리 몸이 소화하지 못하는 이눌린이 많이 들어있어 장에서 자라는 유익균의 먹이가 된다고 하니 몇 년 후 뚱딴지가 주변으로 퍼지면 캐서 장아찌를 담가 봐야겠다. 

안진흥 작가 캐리커처
안진흥 작가 캐리커처

작가 안진흥은 서울대학교 식물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에서 대학원 과정을 공부했다. 

워싱턴주립대에서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귀국 후 포항공과대학교와 경희대학교에서 식물을 재료로 분자생물학 연구를 수행하였다. 

생산량이 증가하고 품질이 우수한 벼 품종 생산을 위하여 다양한 유전자를 발굴하고 보급하였다. 

대한민국학술원 및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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