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상파 방송의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가 음주운전 후 방송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방송진행 5년만에 하차했다.

연말을 맞아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각종 모임들이 송년모임을 하거나 송년 모임 날짜를 잡는 등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모든 직장인이 그렇겠지만, 아나운서나 기자 등 전문 방송인의 평소 몸 관리는 필수다. 

시청자와 청취자를 TV화면이나 라디오에서 생방송으로 만나기 때문에 흔한 감기조차 걸리면 목소리가 안 나오거나 변해 방송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몸 상태가 더 심해 결방하면 갑작스런 대체 근무로 아침과 낮, 저녁시간의 방송 담당자 근무체계가 꼬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메인 뉴스나 프로그램 진행자가 예고도 없이 갑자기 바뀌면 시.청취자들은 낯선 얼굴과 목소리에 "진행하던 사람이 바뀌었나?" 궁금증도 갖지만, 대개는 진행자 목소리가 변해도 생방송이나 녹화를 강행하는 것이 상례다. 

취재를 하다보면 정보를 캐내기(?) 위해 백주 대낮부터 약주 차원을 넘어, 취재원과 <부어라! 마셔라!>하면서 취재원의 기분을 맞춰주기도 한다. 

연말이면 송년의 아쉬움을 달랜다는 명복으로 점심을 곁들여 낮 술 딱, 한 잔(?)을 걸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날 오후에 라디오 뉴스에서 아나운서와 뽕짝(?)을 맞추면서 당일 취재한 내용을 뉴스원고을 읽어 내려가는 '내레이션'이 아닌 질문과 답을 하는 '토크' 형식의 생방송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 

낮 술이 밤보다 더 빨리 취한다는 것은 주당(酒黨)들은 다 알지만, 낮에 '酒님'을 가까이 해 방송을 하지 못한다고 하면 감봉 징계가 기다릴테고... 

'프로는 아름답다!'라는 광고 카피가 아니더라도 프로답게 생방송에 참여하지만 얼큰하게 마셨으니 혀 꼬부라지는 발음으로 아름다울 수가 없는 것.

더구나 폭탄주(맥주에 소주 혼합)위세로 변성기, 감기 환자 목소리로 변신하면서 발음도 꼬이고... 

리포트 내레이션 중에 발음이 쉽지 않았던 <관광>이라는 문구까지 어설프게 읊어야 했던(?) 40여년 전의 시절! 

평소 방송때는 그렇게 짧게 느껴지던 방송시간이 그 날은 왜 그렇게 시간이 안 가는지...

텔레비전이나 라디오가 냄새까지 나게 한다면 시.청취자들은 가정에서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을까? 

"어휴! 저 양반 또 먹었나봐? 여보! 창문 열어요!"

박붕준 작가 캐리커처
박붕준 작가 캐리커처

작가 박붕준은 경희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강릉 MBC, 대전 MBC TV&라디오 뉴스 앵커, 보도국장 역임 후 정년퇴임 했습니다.

퇴임 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광고홍보과, 교양교직과에서 11년간 석좌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다 지난해 2월말 퇴임 하였습니다.

저작권자 © 충청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