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노인성 질환(치매·중풍 포함) 등으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노인에게 요양 기능을 수행하는 노인 의료복지시설(노인요양시설,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의 이용 노인은 24만 2,974명으로, 시설 수도 무려 6,139개소에 달한다.(2023년 12월말 기준)
내 한 몸 돌보기 힘든 나이가 되니 자식들의 부모 부양도 형제간 눈치나 보고 떠넘기는 세태속에 자식들은 부모를 노인요양시설(요양원)로 보내지만 정작 본인들은 여기 들어가면 죽어야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늙고 병든 부모를 한번 들어가면 죽어야만 나올 수 있는 노인요양시설로 보내면서 부모님의 슬픈 얼굴을 마음 아프게 보는 자식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평생을 고생으로 고이고이 키워온 자식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 손녀들, 먹고 싶은 것도 참고 모은 모든 것, 정든 집과 가족, 서러움과 짧았던 행복의 순간들을 뒤로 하고, 모든 인연과 이별하는 날!
노인요양시설로 가면서 똑바로 바라보지도 않는 자식들 앞에서 애써 슬픔을 보이지 않으려고 굳은 얼굴에 미소 지으며 내 걱정하지 말고 잘 살라는 부모님의 힘없는 한마디가 과연 얼마나 자식들의 가슴에 전해질까?
마지막 가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외로운 곳, 노인요양시설의 현실은 우리에게 그렇게 좋은 이미지만은 아니며, 지금의 젊은이들도 언젠가는 가야만 할 현실임을 직시해야 한다.
최근 내국인 요양보호사가 부족하여 외국인이 요양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는데, 외국인 요양보호사 대부분은 노인요양시설 소속 직원이 아니라 인력센터에서 파견받은 중국인들로 시설 측의 말도 잘 듣지 않고 노인을 짐승이나 물건 대하듯 학대도 한다. 물론 내국인 요양보호사도 간혹 그런 경우가 있다고 한다.
심지어 그들은 요양보호사가 아닌 요양 학대사(虐待士)라는 오해도 받는다. 어떨 때는 죽어가는 가냘픈 목소리로 물을 찾아도 잘 주지 않는다. 이유는 먹으면 대소변의 기저귀 갈기가 귀찮아서란다. 모르는 척 휴대전화기만 들여다보고 있다. 물론 일부의 사례일 것이다.
노인요양시설은 늙어서 세상을 떠나기 전 거쳐야 할 마지막 코스이며 누구도 거부될 수 없고 머지않아 가야 하는 곳이다. 남의 일 같고 나는 가지 않아도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며 착각일 뿐이며 시간이라는 어둠의 그림자는 점점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누구나 죽을 때는 고통 없이 갈 수 있기를 바라지만, 마지막 겪어야 하는 고독과 아픔은 생에 있어서 가장 큰 고통이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인간이 아닌 차라리 AI가 요양하는 시대가 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
과거에는 노인요양시설로 보내는 것을 현대판 고려장으로 생각하며 노인을 버리는 것처럼 인식되었다. 지금은 그렇다고만 볼 수 없지만, 노인들은 시설에 입소할 때부터 가족에게 버려졌다는 감상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치매 노인을 집에서 모시는 데는 극심한 스트레스가 따르고 집에 모실 때 가족 중 한 사람이 생업을 포기하고 병시중에 전력해야 해 가정의 경제 상황 및 가족 간 인간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지게 만든다.
이런 경우 집에서 모시는 것이 노인과 가족을 위험하게 만드는 행동일 수 있고 노인 부양 문제에 따른 자식과의 갈등 또는 부부간의 갈등으로 가족의 해체가 생기기도 하며 심하면 자살이나 살인으로 이어지는 등 사회문제로 발전되기도 한다.
어쨌든, 노인요양시설에서의 생활은 무의미한 여생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분위기다. 가족들이 시설에서 나오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고 대부분 개인이 부담할 금액만(나머지는 국가부담) 매월 70여만 원 정도를 노인요양시설에 내면 되니까 자식들 처지에서는 편하겠지만, 정작 본인은 '집으로 보내 달라'고 애원하는 고통스러운 나날들일 수 있다.
노인요양시설 대다수가 민간이 운영하다 보니 자연적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내는 방향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치료보다는 돌봄서비스 위주다 보니 입소 노인 채우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어두운 면도 이러한 여건 속에서 발생하고 진행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가족들은 전문적인 돌봄을 받으며 사시라고 노인들을 노인요양시설로 보낸다. 하지만 노인요양시설에 들어온 노인들은 하루만이라도 더 빨리 죽여달라고 애원한다. "노인요양시설이 살려고 오는 곳이야? 죽으려고 오는 곳이지." "이곳에서 죽고 싶지 않다." 장수 기원이 덕담이 아닌 욕이 되는 이곳은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흔히 말한다.
노인이 되면 점차 신체적·정신적 기능이 저하하면서 다른 사람의 '돌봄'이 필요하게 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요양보호사 중심의 아주 기본적인 일상 돌봄만을 제공한다. 따라서 노인의 신체적·정신적 기능이 빠르게 퇴화하면서 학대 행위자에 대항할 수 있는 능력은 약화하고 점점 더 학대에 노출된다.
그래서 노인복지학계나 국가에서는 노인이 최대한 집과 지역사회에서 살아야 한다(aging in place)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제공되는 돌봄서비스가 미흡한 데다 자녀들의 부양 의지마저 약화함에 따라 노인은 조기에 노인요양시설이나 요양병원과 같은 시설에서 노후를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 개탄스럽기만 하다.
어쩌면 잔인하고 슬픈 숙명의 길, 이를 어쩔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