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방송국과 신문사들이 경쟁적으로 '이웃돕기 성금 모금'을 할 때가 있었다.
지난 80년대의 텔레비전 '성금 모금방송'은 사운(社運)을 걸 듯이 유치에 나섰는데 심지어 방송국 일반 직원들에게 까지도 유치를 독려했을 정도였다.
방송국은 연말은 물론, 장마철 수해나 지진 등 자연재해로 큰 피해를 볼 때도 이들을 돕기위한 '성금 모금방송'을 어김없이 긴급 편성, 온종일 생방송하기도 했다.
방송국, 신문사의 성금 모금액에 따라 그 매체의 영향력을 평가했기 때문이다.
80년대 중반 전두환 정부는, 당시 북한이 건설중인 '금강산 댐'을 고의로 붕괴시키거나 수문을 동시에 모두 열면 서울이 '물바다'가 된다고 국민을 공포속으로 몰아 넣었다.
텔레비전에서는 정부에 뽕짝(?)을 맞추면서 북한이 댐을 붕괴시키면 서울의 최고층인 6.3빌딩이 허리까지 물에 잠기고 일반 주택들은 모두 수장되는 섬뜻한 모습을 화면으로 보여준다.
지금은 CG(컴퓨터 그래픽)영상을 텔레비전에서 매일 보지만, 당시는 CG 화면이 흔하지 않을 때로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텔레비전을 보면서 서울의 친인척이나 자녀를 서울로 유학시킨 학부모들은 큰 걱정을 하게 만든다.
당시 전두환 정부는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정치적인 안보 문제로 돌려, 북한의 수공(水攻)을 막을 수 있는 '금강산 댐 물을 막는 대응댐 건설만이 사는 길'이라고 홍보 차원을 넘어 '선전' 공세를 펼친 것이다.
방송에서는 금강산 댐 방류의 무력화를 위해 '대응댐'(이후, 평화의 댐으로 명명) 건설의 필요성을 수시로 보도하면서 대응댐 건설을 위한 '성금 모금 생방송'을 시작한다.
남녀노소, 어린이가 '돼지 저금통'을 깨거나 신혼부부가 '결혼 금반지'를 내 놓는 미담(?)이 텔레비전 화면에 도배(?)된다.
기관이나 기업, 단체, 개인의 성금 기부 액수가 많으면 시청률이 가장 높은 시간대 '메인 뉴스' 말미에 별도로 방송한다.
한참 후에 밝혀졌지만 북한의 위협과 피해 예측은 과장, '뻥' 이었다.
군사정권의 공포 정치로 '언론 통폐합'이 되면서, 소위 '땡전'뉴스(9시 정각 '땡' 시보 후 톱 뉴스는 전 대통령 기사 편집) 방송 시기로 지금도 일부 아파트 분양 광고의 '걸어서 5분거리' '학교 2분거리' 등 '뻥!'은 여전하다.
뉴스는 옛날의 '뻥' 대신 가짜뉴스가 판치는 시대가 도래해 씁쓸하기만 하다.
작가 박붕준은 경희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강릉 MBC, 대전 MBC TV&라디오 뉴스 앵커, 보도국장 역임 후 정년퇴임 했습니다.
퇴임 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광고홍보과, 교양교직과에서 11년간 석좌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다 지난해 2월말 퇴임 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