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어떤 행사에 수 십만명이 왔다고 보도하는데 TV 화면에서 보니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요?"

집회 현장 취재기자의 내레이션 맨트는 30만명 이라고 했는데 길거리 양 옆과 끝에는 분명히 비어있는 자리가 많은데...

시청자 지적이 백 번 맞다.

기자가 리포트 할 때는 분명히 참석 숫자전에 '주최 측 추산'이라는 맨트를 삽입하지만 시청자들은 숫자만 주시할 뿐 '주최 측 추산'이라는 앞의 맨트는 기억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천안아산역' 명칭을 보통 '천안역', '평택당진항'을 '평택항'으로 앞의 글자 지명만 먼저 부른다.  

대전0시축제 행사도 마찬가지로 대전시가 200만 명 이상 다녀갔다는 통계를 발표했는데 대전시 인구가 140여만 명보다 많은데 이 숫자가 어디서 나왔냐고 물어보면 관람객의 44.3%가 타 지역에서 온 방문객이라고 한다.

거의 절반이 외지 사람들이 대전을 찾았다니...

어떤 주최단체나 각종 행사 때 많은 사람이 왔다고 해야 행사가 더 빛나기 때문이다. 

지난 80년대 초.중.고생들이 강제로 동원되던 시절! 대통령의 대전 방문에 맞춰 학생들이 수업을 빼 먹고(?) 거리에서 기다렸다가 대통령이 탄 차가 도로를 지날 때 태극기를 마구(?) 흔들어대는 것이 임무. 

지금은 둔산 신도시로 개발됐지만 당시에는 그 곳에 공군비행장이 있어 대통령 헬기가 착륙해 전용차를 타고 시내 선화동 옛 충남도청으로 이동했다. 

대통령이 탄 차량이 지나는 때에 맞춰 대통령 차량 행렬을 배경으로 기자의 리포트가 시작된다. 

"지금 대전 갈마동 양쪽 도로에는 새벽부터 나온 수 십만 명의 대전시민들이 환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TV 화면에는 일반시민은 거의 없고 누가 오는지도 모르고 동원된 초등생과 중학생 들만 보였다.

기자가 부지런해(?) 11시 대전에 도착하는 대통령을, 새벽부터 나와서 취재해 보니 초등생과 중학생들이 나왔고, 거기다 수 십만 명이나 갈마동 도로에 나왔다고? 

ㅎㅎㅎ "뻥"이다.

점잖게 표현하면 허풍 보도였지만, 대전시민이면 다 아는 당시 협소했던 갈마동 도로가 지금은 크게 확장됐지만 그 당시 그 좁은 인도에 어떻게 수 십만 명이...

통계학자들이 페르미 측정법(특정시점의 참여 인원을 추산, 대략적인 윤곽 추정)도 맞지 않다고 하는 요즘에 기자 마음대로 수 천, 수 만명을 늘리거나 줄이는 혜안(?)이 놀랍다. 

옛날 대통령후보 합동유세가 있던 시절!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 연설이 끝나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다른 후보 연설때는 지지자들이 없는 것처럼 TV 화면에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웬 걸?

"여러분 방송사에서 TV 촬영합니다. 한 곳으로 모두 모이세요!"

'풀 샷'에 '클로즈업' '팬' 등 방송용 카메라의 온갖 기법으로 촬영하니 TV 화면에는 인산인해로 보인다. 

'뻥'튀기 기사에다 화면 영상도 '뻥!' '뻥'튀기 이젠 안녕!

그러나 겨울철 장날 마당에 들리는 '뻥튀기 소리'는 마냥 그립기만 하다.  

박붕준 작가 캐리커처
박붕준 작가 캐리커처

작가 박붕준은 경희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강릉 MBC, 대전 MBC TV&라디오 뉴스 앵커, 보도국장 역임 후 정년퇴임 했습니다.

퇴임 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광고홍보과, 교양교직과에서 11년간 석좌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다 지난해 2월말 퇴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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