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 학기부터 AI 디지털 교과서(AIDT)가 도입된 학교들이 시행 한 달을 맞았다.

교육부는 AI 교과서를 통해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학부모와 교사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디지털기기 사용이 학습 효과를 높일 것인가, 아니면 부작용을 초래할 것인가?

디지털 교과서, 학습 효과는 과연 검증됐나?

AI 교과서의 가장 큰 장점은 개별 맞춤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AI 기반 분석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 수준을 평가하고, 이에 맞춘 콘텐츠를 제공한다. 또한 교사의 반복적인 채점 및 학습 관리 업무를 줄여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AI 교과서가 실제 학습 효과를 높인다는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2023년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교과서 학습 실험에서 종이책을 사용한 학생의 학습 성취도가 평균 12%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디지털기기가 단순히 혁신적인 도구가 아니라, 사용 방식에 따라 학습 효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부작용을 무시할 수 있을까?

디지털기기 중독에 대한 우려도 크다.

언어학자 나오미 배런(Naomi Baron)은 "종이책으로 읽을 때 학생들이 더 깊고 정확한 이해를 한다"고 주장하며, 디지털 읽기의 한계를 지적했다.

실제로 디지털기기를 활용한 학습은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내용을 대충 훑어보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독일과 스위스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디지털학습에서 다시 종이 교과서로 회귀하고 있다.

또한, AI 교과서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보안 취약점을 악용해 유튜브 시청이나 게임을 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이는 교육 도구의 역할을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현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실제 AI 교과서를 도입한 학교 비율을 보면 그리 높지 않다.

대전 지역의 경우 20%의 학교만이 AI 교과서를 활용하고 있으며, 충남지역은 25%, 세종지역은 겨우 8%에 불과하다.

지난해 7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교사의 73.6%가 AI 교과서 도입에 반대했으며, 학부모 찬성률도 30%에 그쳤다.

이러한 낮은 도입률은 교사들의 디지털 활용능력 편차, AI 교과서 도입에 따른 예산 부담 등과 관련이 있다.

AI 교과서, 무조건 도입이 정답일까?

오석진 박사 - 행복교육이음공동체 대표/전 대전시교육청 교육국장 -

교육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 학생 간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지는 전인적 활동으로 AI 교과서가 혁신적인 기술임은 분명하지만, 학습 효과와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조건 없는 도입을 강행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학습의 균형을 맞춘 하이브리드 학습 모델 도입, 디지털기기 중독 방지를 위한 관리 시스템 구축, 교사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 확대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AI 교과서가 교육 혁신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지, 아니면 단순한 실험으로 끝날지는 정책적 판단에 달려 있어, 앞으로 부작용을 잘 파악, 솔로몬의 지혜로 더 나은 교육현장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학습 효과와 교육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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