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언론에 따르면, 당뇨는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 65세 이상은 3명 중 1명이 겪는 '국민병'으로 불릴 만큼 흔한 질환이다.
필자가 혈기왕성하던 1980년대 내과 전공의로 근무하던 시절에는 "당뇨병 환자만 진료하다가는 내과 의사는 굶어 죽는다"는 말이 있었지만, 이제는 "당뇨병 환자를 진료하지 않는 의사는 굶어 죽는다"는 정반대의 우스갯소리가 회자될 정도다.
주위를 둘러봐도 동창, 지인, 친척 등 당뇨병 환자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필자 또한 10여 년 전 동기 모임에 가면 "재익아, 나 당뇨인데 어떻게 해야 하냐?"며 조언을 구하는 친구들이 줄을 설 정도였다. 언론 보도대로 3명 중 1명이 당뇨를 안고 살아가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당뇨병 환자가 급증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며 생활 수준이 높아졌고, 식품 섭취량도 증가했다. 또한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 같은 질 낮은 음식을 자주 접하게 됐다.
운송수단의 발달, 업무 스트레스, 운동 부족 등으로 비만이 늘어난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이러한 원인을 피하고, 환자 스스로 노력해 식이요법·운동요법·체중조절 등을 일상화한다면 당뇨는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실천이 쉽지 않다.
많은 환자들이 "여름엔 덥다", "겨울엔 춥다", "평소엔 피곤하다"는 이유로 가벼운 유산소 운동조차 기피하곤 한다.
약물요법에만 의존하는 당뇨 환자는 언젠가 '합병증'이라는 불청객을 맞닥뜨릴 수 있다.
목표 혈당 조절 실패로 생기는 합병증은 치료가 어렵고, 일단 생기면 점점 악화돼 정상적인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당뇨 진단을 받았다면 즉시 철저한 혈당 관리에 들어가야 하며, 이는 후에 나타날 합병증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다.
필자는 40여 년간 당뇨병 환자를 진료하며, "꼭 지켜주세요!"라는 의사의 당부를 멀리한 환자들이 결국 후회하며 진료실을 찾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아 왔다.
이에 따라 필자는, 당뇨를 '친하지 않은 친구'로 둘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해 환자들이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연구를 계속했고, 실제 진료에 적용하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총 3회에 걸쳐 '혈당 조절 비법'에 관한 당뇨 상담 노하우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칼럼은 '당뇨병 환자가 꼭 알아야 할 필수 지식'을 주제로, 당뇨병의 원인과 치료의 핵심 목표를 먼저 다룬다.
두 번째 칼럼에서는 '당뇨병 환자에 대한 현장 적용 사례', 세 번째 칼럼에서는 '당뇨를 이기는 생활 습관'을 공유할 예정이다.
우선, 당뇨병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호르몬이 부족하거나 기능이 저하되어 발생한다는 사실부터 인지해야 한다.
필자는 당뇨 치료의 핵심 목표를 '당화혈색소 6.5% 이하 유지'로 설정하고, 이를 통해 합병증을 예방하고자 진료에 임해왔다.
하지만 40년 가까운 진료 경험 속에서도 이 목표치에 도달한 환자는 전체의 1/3 수준에 불과했다.
그 이유는 신약의 약효 문제가 아니라, 식습관·운동 부족·비만 등 생활환경의 변화에 있다고 판단된다.
불균형한 식사, 운동 부족에 따른 비만, 혈당 목표치 미달 → 합병증 발생의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자는 고민과 연구 끝에 하나의 성과를 도출했다.
당뇨병의 지식 교육과 치료 결과에 큰 전환점을 마련한 '리플릿(Leaflet)'을 직접 고안하게 된 것이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옛말처럼, 당뇨병도 알아야 조절이 가능하다. 당뇨 환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세 가지 핵심 지식은 다음과 같다.
1.혈당 세 가지(공복, 식후, 당화혈색소) 및 목표 수치
2.합병증(급성 및 만성)
3.생활습관(식사, 운동, 체중) 최적화
이 기본 지식만 정확히 이해해도 혈당 조절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를 숙지하지 못해 합병증을 겪곤 한다.
그 원인이 환자의 무관심일까? 아니면 의사의 지식 부족? 혹은 완전한 치료제를 아직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정답은 '협업'이다. 환자와 의사가 함께 문제를 인식하고 노력하면 해결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환자는 문제 인식에는 적극적이나, 실천에는 소극적이다. 의사는 최선을 다하지만, 결과는 전체의 1/3만이 목표를 달성한다.
일부 의사는 이러한 결과를 환자의 무관심으로 탓하거나, 타협하고 체념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는 환자의 혈당 조절이 되지 않을 때일수록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고, 그에 따라 환자도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필자의 노력과 환자와의 협업 사례는 다음 칼럼(제2부)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