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나 텔레비전 생방송은 '녹화 프로그램'과 달리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녹화할 때 실컷 떠들어 놓고(?) 나중에 프로그램 제작 분량에 맞춰 잘라내면(?) 된다는 말은 아니다.

담당 PD가 나중 방송 시간 분량에 맞춰 편집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마구 잘라낼 경우 스토리 흐름도 크게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로 방송인들은 녹화가 부담은 없지만, 한 번에 끝내버리는 생방송이 스트레스는 많더라도 오히려 뒷일(?)이 없어 편하다고 한다.

방송 '온에어' 전까지 프로그램 스태프들은 마이크와 조명, 카메라 위치 등 각자 담당 업무를 완벽히 점검한다.

뉴스 프로그램이라면 앵커는 뉴스 PD, 엔지니어와 함께 방송 큐시트(진행 순서)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생방송 도중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상황이 벌어졌다.

뉴스 앵커가 의자에 앉아 원고를 내레이션하는 도중, '뉴스룸'의 높낮이 조절 기능을 갖춘 비싼 의자가 갑자기 '쑤〜욱' 내려가는 것이 아닌가!

기자의 취재 제작 리포트(1분 10초 내외)가 송출될 때는 앵커가 다음 아이템 준비로 여유가 있어 의자가 갑자기 내려가도 여유 있게 다시 손잡이를 잡고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일반 스트레이트 기사(앵커가 읽는 단신형 기사)를 내레이션할 때는 원고 보랴, 다음 장 넘기랴, 의자 조절 키를 올릴 여유가 없다.

뉴스 방송은 한 아이템(내용)이 끝날 때마다 "새 내용은 지금부터입니다"라는 뜻으로 화면이 반드시 앵커 얼굴을 잠깐 비춘다. (진행자가 못생겨도 마찬가지다.)

의자 높이를 조절할 시간이 없어, 앵커는 엉덩이를 든 채 다리를 쪼그려 꾸부정한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정상처럼 보이기 위해 진행을 계속한다. (PT체조가 연상된다.)

마치 학창 시절 숙제를 하지 않아 벌을 서는 것 같은 자세.

다리 힘은 점점 빠지고...

살기(?) 위해서는 방송 큐시트의 1분 10초 이상의 기자 제작 리포트 순서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리포트가 송출될 때 의자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메인 카메라가 앵커 '샷'을 잡았을 때 의자가 내려가기 시작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시청자들은 앵커 얼굴이 화면 아래로 내려가면서 나중에는 '머리와 코'만 화면 하단에 나오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지 않았을까?

'생방송 중 사고는 예고가 없어 귀신도 막을 재간이 없다'는 말처럼, 생방송은 귀신도 잠시 눈을 감는 모양이다.

박붕준 작가 캐리커처
박붕준 작가 캐리커처

작가 박붕준은 경희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강릉 MBC, 대전 MBC TV&라디오 뉴스 앵커, 보도국장 역임 후 정년퇴임 했습니다.

퇴임 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광고홍보과, 교양교직과에서 11년간 석좌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다 2023년 2월말 퇴임 하였습니다.

 

저작권자 © 충청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