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의 며칠 삶을 위해
매미는 수 년간 땅 속에 묻혀 있다
땅에서 부활하는 순간
곧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

매미는 자기 죽음에 대한 조상弔喪으로
스스로 울다 최후를 맞는다
기대어 울던 나무 밑이 바로 자신의 무덤이다

이듬해 나무는
매미의 주검을 파먹고
이파리 줄창 자라나
무성한 그림자로 한 여름을 덮는다

 

[작품 해설]

여름내 매미는 스스로 울다 최후를 맞이하느니. 그가 기대어 울던 나무 밑이 자신의 무덤이다. 귀를 찢는 울음소리 속에 서서히 쇠의 성질이 옅어지더니. 끝내 그 소리통 다 비어버릴 즈음 여름은 바닥나는 것. 그러니 매미는 그 장렬한 죽음으로 가을을 온통 물들여 다음 해 봄과 여름을 확실히 예정해두는 것이다.

 

김완하 시인

1987년 '문학사상' 신인상 등단.

시집 '길은 마을에 닿는다', '허공이 키우는 나무', '집 우물', '마정리 집' 등.

시와시학상 젊은시인상, 대전시문화상, 충남시협본상, 제1회 대전예술인상대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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