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절 마당 가득
붉은 울음이 매달린
배롱나무가 보고 싶어서
석호리 집 마당 가에 한 그루 옮겨 왔다
봄이면 낯익은 새순을
세상에 들어내고
백일씩이나 꽃을 피울 기대에
지금부터 마음이 셀렌다
바람은 어김없이 가지 끝에서 흔들릴 거고
그리움이 붉은 영혼으로 피어날지니
첫여름부터 늦가을까지
나는 배롱나무 그늘에서
아름다운 시간을 그릴 것이다
하얀 백지 위에
슬픔을 거둬 간 많은 시간들이
붉은 꽃으로 매달리도록
붉은 사랑으로
꽃피우도록
[작품 해설]
선운사에 가면 오래된 배롱나무가 절 마당을 지키고 있다. 여름 시작되는 그 어느 날부터 가을 입구까지 백여일 동안 붉은 꽃이 붉은 울음이 붉은 사랑이 붉은 그리움이 붉은 꽃이 되어 절 마당을 지키고 있다. 껍질이 벗겨진 채 매끄러운 몸매로 자신을 지키며 장수와 건강을 상징하고 끈기와 지속성을 상징하는 이 배롱나무는 자신을 지켜주는 수호신의 역할도 한다. 인내와 불굴의 의지를 의미하기도 하나 열정적인 사랑의 의미도 있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할 때 또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할 때 주는 선물용으로도 이 목백일홍을 준다고 한다. 아름다운 만큼 이 꽃에 접근하려면 우아하고 아름답고 격조 높게 다가서야 할 것이다. 이 꽃이 의미하듯 그 사람도 목백일홍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김명수 시인
1980-82 현대시학 추천 문단 활동
-공주교대, 충남대 대학원, 공주대 대학원, 성산효대학원대학교
-박목월, 박두진 시에 나타난 효사상 연구 (효학 박사학위)
-새여울시문학회, 대전시협창립, 대전문협, 충남문협, 한국문협, 한국시협회원
-전 충남문협회장, 충남시협회장 역임
-시집: 질경이 꽃, 어느 농부의 일기, 여백, 아름다웠다. 11월은 바람소리도 시를 쓴다, 바람에 묻다 등 다수
-수상: 웅진문학상, 대일비호대상, 충남문학대상, 대전시인상, 충남시인상, 충남도문화상, 한국문학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