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소리로만 우는 것이 아니다
가파른 벼랑을 타고 내리다가
큰 바위에 부딪치며 부서져
물은 희게 거품을 물기도 하지만,
한동안 소리 죽여 누워 흐르기도 하면서
그 낮은 소리로 산 하나를 허물고 간다
폭포 밑에 서면 물 떨어지는 소리 가득하나
물은 소리 내지 않는 곳에서
더 큰 소리를 삼키며 간다
그리하여 계곡은 더 깊게 파이고
물은 더욱 깊어져 날선 돌에 맨 가슴을 깎는다
계곡 물이 왜 새파란 빛을 띠는지
그 물에 손목을 담그면 왜 마디마디가 저린지
물은 소리로만 우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차오르는 절망의 깊이로
재울 수 없는 고통을 뭉개고 간다
[작품 해설]
물이 계곡을 가득 채우며 흘러 넘칠 때에도. 어딘가 닿을 곳을 생각하며 달려간다. 그 마음 하나로 물은 더 멀리 질러가는 것이다. 우리의 삶도 그러하거니 어둠이 오면 크게 소리 내지만. 한동안 안으로 웅크리고 삼키며 더 깊어간다. 백담계곡이 그 낮은 소리로 산 하나를 다 허무는 것을 보았다. 그 순간 물의 심장이 짙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김완하 시인
1987년 '문학사상' 신인상 등단.
시집 '길은 마을에 닿는다', '허공이 키우는 나무', '집 우물', '마정리 집' 등.
시와시학상 젊은시인상, 대전시문화상, 충남시협본상, 제1회 대전예술인상대상 등 수상
김완하 시인
webmaster@ccheral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