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어머니가 계시다
새벽 다섯 시 머리를 곱게 빗으시고
머리엔 쌀 한 말 이고
한 손엔 내 손을 잡고
선수암을 향해 걷는다
가는 데 사십 리 길
가다 쉬고 쉬었다 가고
네 시간이나 걸어 도착한
덕숭산 수덕사 선수암*
얼굴이 하얗게 센 주지 스님
부처님과 공양 보살 한 분
묵언으로 방문 보살을 맞는다
아주 작은 새들과
이름 모를 풀꽃들이 반긴다
솔숲 가득 숨었던 바람
고요 속 퍼져 나가는
공양 목탁 소리
잠든 숲을 깨운다
오직 묵언 침묵으로
도를 전하는 법당 안
이 승에서 물든 귀耳
부처님 말씀으로 씻는다
나무아미타불
나무관세음보살
[작품 해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어머니 손을 잡고 선수암에 다녔다. 새벽 6시 출발하면 걷고 걸어서 열 시 넘어 선수암에 도착한다. 당시 차도 없으니 그 사오 십리 길을 걷고 또 걸었다. 중간에 두 세 번 쉬고 도착해서 목마르기에 약수 한 바가지 마시고 나면 조금 있다. 점심 공양이다. 공양을 끝내고 나면 바로 앞에 작은 시내가 있었는데 그곳에 가서 각기 자기 밥사발을 씻어 와야 했다. 나이드신 여 스님 한 분 젊은 여자 보살 한 분 그렇게 계신 선수암은 여러 번 다니는 동안 참 정이 들었다. 지금은 바로 그 보살이었던 분이 스님이라고 한다. 스님도 가고 어머니도 가시고 선수암 마당에는 붉은 참나리꽃만 고고이 피어 절마당을 지키고 있었다.
김명수 시인
1980-82 현대시학 추천 문단 활동
-공주교대, 충남대 대학원, 공주대 대학원, 성산효대학원대학교
-박목월, 박두진 시에 나타난 효사상 연구 (효학 박사학위)
-새여울시문학회, 대전시협창립, 대전문협, 충남문협, 한국문협, 한국시협회원
-전 충남문협회장, 충남시협회장 역임
-시집: 질경이 꽃, 어느 농부의 일기, 여백, 아름다웠다. 11월은 바람소리도 시를 쓴다, 바람에 묻다 등 다수
-수상: 웅진문학상, 대일비호대상, 충남문학대상, 대전시인상, 충남시인상, 충남도문화상, 한국문학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