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유아보육 불평등-3] 김동렬 충남유치원총연합회장…“유아교육 불평등, 학부모에게 피해”

충남도·교육청, 사립유치원 무상교육 공약 추진 기대감
유치원교육에 국·공립과 사립 분리해야 할 이유 있나

김동렬(58)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충남지회장은 “우리 아이들이 첫 교육부터 불평등을 겪고 있다”고 지적하며, 사립유치원 무상교육 공약에 대해 '불평등'의 해소가 핵심임을 강조했다.
충남은 물론 전국적으로 사립유치원이 받는 국가의 혜택은 국·공립유치원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결국 불평등의 부담은 고스란히 학부모에게 전해지고 있다. <충청헤럴드>가 충남 유치원들의 현실을 통해 불평등 해소방안을 고민하는 시간을 마련해 보았다. -편집자주

‘국·공립유치원 보내는 것이 로또만큼 어렵다’는 말이 있다. 유치원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공감 가는 말이다. 사립보다 국·공립이 학비도 저렴하고 시설도 뛰어나다는 인식 때문에 경쟁률도 치열하다.

그럼 누구는 국·공립에, 누구는 사립에 다닐 수밖에 없는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난 27일 <충청헤럴드>와 만난 김동렬(58)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충남지회장은 “우리 아이들이 첫 교육시설에서부터 불평등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가가 무상보육을 실시하는 이상, 국·공립과 사립에 지원되는 세금이 차이 날 명분이 없다는 것. 그는 똑같이 세금을 내면서 왜 국가가 보장하는 유아교육은 차별을 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다행히 충남은 양승조 도지사와 김지철 교육감이 이런 관점에 공감하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선거에서 사립유치원 무상교육을 위한 원아 1인당 20만 원 지원을 공약했고, 내년 3월 시행을 위해 예산조달 등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 중이다. 무난히 진행된다면 전국 최초로 광역단체 차원의 사립유치원 무상교육이 실현된다.

김 회장은 고무적인 평가와 함께 전국 사립유치원에서 주목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자신도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정작 학부모들이 ‘불평등’을 인식하지 못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그는 “사실, 사립유치원 무상교육은 학부모들이 주장해야 할 정책이다. 정부의 차등지원으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학부모에게 돌아간다”며 각성을 촉구했다.

특히, “유아교육부터 차별을 겪어야 하는 현실이라면 누가 아이를 낳고 싶겠냐”면서 “저출산 극복을 위한 사회분위기를 위해서라도 사립유치원 무상교육이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립유치원 경영자 입장에서도 불만은 있다. 공공의 영역이라는 이유로 역할과 책임은 국·공립시설과 똑같이 적용하면서 지원은 훨씬 적다. 즉, 이 문제는 학부모나 경영자 모두가 겪고 있는 ‘불평등’의 해소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으로부터 유치원교육의 현실과 사립유치원 무상교육의 의미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김동렬 회장과의 일문일답.

-국·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의 차이를 설명해달라.

“유아교육법에 따라 유치원은 국립·공립·사립으로 구분된다. ‘국립’은 국가, ‘공립’은 지방자치단체가 설립·경영하며, ‘사립’은 법인 또는 개인이 운영한다. 병설과 단설은 모두 국·공립 시설이다. 단설은 별도의 건물에, 병설은 초등학교에 설립된 유치원이다.
   
교원도 차이가 난다. 국·공립 교원은 임용고시에 합격해야 한다. 사립학교처럼 국·공립은 임용고시에 합격한 교원이, 사립은 정교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교원을 개별 채용한다. 국·공립은 교원이 교육공무원이기 때문에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한다. 이로 인해 교육비는 국·공립이 저렴하고, 사립은 일부만 지원받아 학부모 부담이 높아진다.”

-실질적인 운영의 차이는 어떤 것이 있나.

“국·공립은 정부가 땅을 사 건물을 짓고, 인건비와 운영비까지 주며 원장만 고용해 운영한다. 원아모집이 안 돼도 걱정이 없다. 하지만 사립은 원장이 모든 책임을 진다. 땅도 건물도 개인이 마련하고 원아가 부족하면 학급을 줄이거나 문을 닫아야 한다. 교원도 국·공립과 똑같이 교육공무원의 복무규정을 적용받는다. 

임금은 국·공립과 차이가 난다. 국·공립은 ‘교육공무원 급여표’를 준용하기 때문에 출발부터 훨씬 높고, 최저임금 상승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예전에는 월급이 40~50만 원씩 벌어졌던 것이 최근 충남도의 지원으로 많이 좁혀졌다. 그래도 아직 30만 원 정도 차이 난다. 사립 교원은 교육공무원의 역할을 부여받으면서도, 일반 근로자처럼 대우받는다. 궁극적으로 사립학교 교원처럼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

-사립유치원이 사립학교와 입장이 다른 이유는 의무교육이 아니기 때문인가.

“그렇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사실 말장난이다. 이미 국가는 유아교육법 24조에 초등 입학전 3년, 만 3~5세의 유아교육비를 무상으로 한다고 돼있다. ‘의무’는 아니지만 누구나 무상으로 유아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준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부는 책임지지 않고 있다. 충남만 해도 원아 1인당 지원받는 예산이 국·공립이 사립보다 2.5배나 된다. 사립 아이들에 대한 불평등 지원을 학부모가 주장해야 한다. 당연히 해야 하는 걸 안 하고 있다. 단지 학부모들이 자세한 내막을 모르다 보니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국·공립 유치원을 늘릴 계획으로 알고 있다.

“이게 모순된 정책이다. 출산율 저하로 충남지역 유치원의 취원율은 78% 수준이다. 그런데 국·공립을 전체의 40%까지 증설한다며 비용을 지출하려 한다. 그 돈으로 사립시설에 국·공립과 같은 수준의 지원만 하면 해결이 가능하다. 사립은 정부의 보육정책에 참여하기 위해 설립됐다. 그런데 원아 부족으로 경영난에 시달리는 사립 옆에 국·공립을 짓겠다는 발상이 말이 되는가. 사립유치원에게 공공성만 요구하면서 지원은 차별적이다.”

-그럼 굳이 정부가 국·공립 시설을 늘리려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도 묻고 싶다. 정부와 지자체에 건의하면 예산부족과 법적근거 및 전례가 없다고 난색을 보인다. 굳이 국·공립을 늘려야 한다면 시설조건 등 기준에 충족하는 사립을 매입해도 된다. 효율적인 예산집행 방법을 알면서도 하지 않는다. 교육 공무원들의 승진자리 늘리기 꼼수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충남에서는 도지사와 교육감이 사립유치원 무상교육 지원비 20만 원을 공약으로 추진 중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국에서 충남이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불평등한 유치원교육 불만에 대한 첫 응답이다. 고무적인 성과고, 전국이 주목하고 있다. 사실 원아 1인당 20만 원씩 지원받는다 해도 국·공립과 비교하면 40~50만 원 차이가 난다. 다만 그 정도만 지원돼도 학부모들에게 더 이상 비용을 받지 않고 운영하겠다는 의미다. 실제로는 학부모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다.” 

-하지만 사립유치원을 위한 지원하는 예산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매우 안타깝다. 유아교육비가 학부모에게 직접 지원하지 않고 등록한 유치원에 입금되는 간접지원체계다 보니 체감이 적다. 그래서 생긴 오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지원되는 예산은 ‘바우처사업’처럼 매달 입금되는 현금카드를 학부모에게 직접 지급하고, 시설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유치원에서만 결재 되는 기술이 가능하다. 이렇게 한다면 학부모의 체감도 크고 유치원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도 가능하다.”

-같은 조건이라면 국·공립과의 경쟁에서 자신이 있다는 의미인가.

“사견이지만 철밥통인 국·공립과 생존경쟁에 내몰린 사립은 같은 조건이라면 교육경쟁력이 분명하게 차이 난다. 지금은 국·공립이 저렴해서 학부모들이 몰리지만, 같은 수준의 지원이 이뤄진다면 사립을 선호할 것이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경영마인드도 변해야 하지 않을까.

“과거 모든 수익을 가져가야 한다는 경향이 있었지만 많이 변하고 있다. 협회 차원에서 공공성과 투명성을 키우기 위한 역량교육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교육당국에서 요구하는 재무회계 규칙은 사립유치원 현실과 맞지 않는다. 어린아이에게 어른의 옷을 입혀놓고 어른의 의무를 다하라는 형국이다. 의무에 맞는 권리를 함께 주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일례로 아이가 다칠 경우 학교는 국가가 책임지지만, 사립유치원은 원장이 책임져야 한다. 자칫 범법자가 된다. 이래놓고 공공성만 강요하는 게 옳은 것인지 묻고 싶다.”

-국가 차원에서 사립유치원 무상교육이 시행된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OECD 11위의 경제대국이다. 유아교육은 진작 무상이었어야 했다. 그런데 출산율은 계속 감소함에도 SOC만 투자하려 한다. SOC는 관리비용도 계속 들어가고, 인구가 늘면 모를까 인구감소로 수요도 줄고 있다. 고교무상급식도 중요하지만, 유아교육이 더 우선돼야 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결국엔 불평등의 문제다. 유치원은 하나로 봐야 한다. 국·공립과 사립을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다. 유아교육에 기여하는 부분은 같은데 국·공립만 제도권의 비호를 받는다. 막말로 내가 세금내서 국·공립 다니는 아이들만 도와주게 된다면 납득할 수 있나. 근본적으로는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방점을 둬야 한다. 또 유치원 자녀를 둔 학부모만이 아니라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그래야 저출산 극복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다. 일회성 지원이 아닌 아이들을 잘 교육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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