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로 대전지방고용노동청장 '위험요인발굴서' 공개…작업장 근로자 ‘위험성’ 사전 보고
‘수평 안 맞다’, ‘임시조치 불구’ 지적…발굴서 제출 이후 한화, 문제점 개선 여부 촉각

22일 이명로 대전지방고용노동청장(왼쪽에서 세번째)과 관계자들이 한화 대전공장 희생자 빈소에 방문해 유족들과 면담하고 있다. 이날 대전고용노동청은 폭발사고 전 현장 작업자들이 작성한 '위허물요인발굴서'를 유족들에 공개했다. 

한화 대전공장 폭발사건이 새 국면을 맞았다. 사고발생 이전에 이미 작업자들이 현장의 위험요인을 발견해 보고서를 통해 경고한 사실이 드러난 것. 보고서에는 이번 사고의 주요원인으로 추정되는 요소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저녁 한화 대전공자 희생자들의 빈소(대전성심장례식장)를 찾은 이명로 대전지방고용노동청청장은 유족들에게 '위험물요인발굴서(이하 보고서)'를 공개했다.

유족 측의 요청으로 공개된 이 보고서에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폭발사고 발생 현장에서 일했던 작업자들이 발견한 사고위험 요인과 이에 대한 개선사항 등 135건이 담겨있다. 

특히, 이 문서에는 노동청이 사고원인 중간발표를 통해 추정한 주요원인과 직결된 내용도 기록돼 있었다.

중간발표에서 노동청은 “로켓 추진체에서 연료를 분리해내는 '이형 작업' 중 코어(연소관 내부의 봉)를 빼내기 위해 유압 실린더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연소관이 폭발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가족 측은 당시 사고현장 주변에서 작업하던 근로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이 과정에서 “하나의 연소관이 폭발하며 나머지 3개도 차례로 터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에는 지난해 11월 17일자 근무자가 “작업을 하는 데 수평이 맞지 않아 이형 시 코어가 기울어진 채로 올라가 마찰이 생긴다”며 “모터 센터를 철저히 맞춰 마찰이 조금이라도 덜 생기게 했으면 좋겠다”고 기록한 내용이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또 “수평을 맞추기 위해 장비 내부 와이어를 조정했지만, 임시 조치일 뿐 정확하지 못해 현재 해당 부서에 의뢰해 대기 중”이라고 기록했다.

또 다른 근로자 역시 “이형 장비의 하우징(장비의 틀)이 추진기관과 맞지 않아 이형 시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마찰이 생기는 것 같다”며 우려 섞인 분석을 남기기도 했다.

이밖에도 근로자들은 보고서에 ▲이형작업 시 차단기둥이 파손돼 빠질 우려 ▲지게차 후진 시 후방카메라 미작동에 따른 불편 ▲방염복 미세탁에 따른 피부병 유발 위험 등도 제기했다. 

한화 측이 사전에 사건 발생 가능성을 예상했음에도, 확실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작업을 강행하다 희생자들이 변을 당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따르는 이유다. 

지난 20일 세종 정부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한 유가족이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이를 확인한 유족들은 또 다시 울음을 삼켜야 했다.

한 유족은 고인이 된 사위가 친필로 적었던 사항을 일일이 소리 내 읽어가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유족은 “죽을 거면서 이런 건 뭐 하러 적었냐. 이렇게 적은 것들을 (공장 측이) 하나도 개선 안 했다는 것 아니냐”고 푸념하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 했다. 

그러면서 “현장 근로자들의 요구 사항만 제대로 지켜졌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거 아니었냐”고 참담함을 감추지 못 했다.

경찰은 작업자들이 보고한 문제점이 이번 사고원인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유가족 대표 김모 씨는 “당초 (대전지방고용노동청장이) 위험물요인발굴서에 대한 한화 측 이행 서류도 가져오기로 했는데 가져오지 않았다”며 “오는 25일(월) 다시 이곳(장례식장)에 방문할 때는 가져오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한편, 한화 대전공장에서는 지난해 5월 29일 로켓 추진 용기에 고체연료를 충전하던 중 폭발과 함께 불이나 5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이후 지난 14일에도 폭발사고가 발생해 20∼30대 청년 3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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